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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했던 성공 인디들이 사실 살아남은 자였을 뿐

벤치마킹 폴더에 모은 17명의 성공 인디는 사실 살아남은 비행기였다. Wald(1943)의 폭격기 사례와 Denrell(2003)의 vicarious learning 논문으로 인디 생태계의 생존자 편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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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 GoCodeLab · 개발자 멘탈

따라했던 성공 인디들이 사실 살아남은 자였을 뿐

본인이 인디 시작할 때 즐겨찾기 폴더에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의 폴더가 있었다. 그 안에 트위터 프로필 17개, 뉴스레터 9개, 유튜브 채널 6개의 링크가 들어 있었다. 다 월 $10k 인디였다. 본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들이었다. 본인은 그 사람들의 빌드 인 퍼블릭을 따라 했다. 그 사람들이 쓴 도구를 따라 썼다. 그 사람들이 추천한 책을 따라 읽었다. 본인은 Apsity를 출시했고, 첫 달 매출은 0원이었다.

3년이 지난 작년 가을에 본인은 그 폴더를 다시 열었다. 호기심이었다. 그때 그 17명, 9명, 6명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 한 번씩 눌러봤다. 결과는 본인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우울했다. 본인은 그 결과를 정리하다가 Wald라는 이름을 다시 떠올렸다.

회의실에 없는 비행기 — Wald, 1943

1943년. 2차 세계대전. 미군 폭격기가 자주 격추당했다. 어디에 장갑을 더 둘지 정해야 했다. 군은 임무에서 살아 돌아온 비행기들을 검사했다. 총알 자국을 지도에 빨간 점으로 찍었다. 점은 날개와 동체 외곽에 몰렸다. 결론은 명확해 보였다. 점이 많은 곳에 장갑을 보강하자.

회의실 끝자리에 Abraham Wald라는 통계학자가 앉아 있었다. Wald가 말했다. 반대다. 점이 없는 곳에 장갑을 둬야 한다.

이유는 한 줄이다. 살아 돌아온 비행기는 그 자리에 맞고도 살았다는 뜻이다. 진짜 약점은 비행기가 못 돌아온 자리에 있다. 격추당한 비행기는 회의실에 없다. 회의실에는 살아남은 비행기만 있다. Wald는 안 보이는 데이터를 봤다. 보이는 데이터의 함정을 깼다.

이게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사례의 원형이다. 한 줄로 요약하면, 표본이 살아남은 것들로만 채워질 때 결론이 통째로 비뚤어진다는 얘기다.

인디 생태계의 회의실

본인이 매일 들여다보는 트위터/X 타임라인이 정확히 그 회의실이다. 거기엔 살아 돌아온 비행기만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망한 인디는 글을 안 쓴다. 못 쓴다. 망한 직후엔 회고를 쓸 정신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인터넷에 박제하고 싶지 않다. 잠수 탄다. 다음 직장으로 간다. 본인의 SaaS 시도는 LinkedIn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About은 새 직무로 갱신된다. 반대로 살아남은 인디는 글을 쓴다. 글이 다음 출시의 마케팅이 된다. 팔로워가 늘면 다음 출시가 더 잘 된다. 성공이 콘텐츠를 부르고 콘텐츠가 다음 성공을 부른다. 실패는 정반대 방향으로 침묵한다.

여기에 알고리즘이 한 겹 더 얹는다. 월 $10k 글은 클릭이 잘 된다. 3년 했는데 사용자 10명 글은 클릭이 안 된다. 알고리즘이 살아남은 비행기만 골라서 보여준다. 본인의 피드는 회의실 한가운데다.

Stanford의 Jerker Denrell이 2003년에 Organization Science에 쓴 논문 Vicarious Learning, Undersampling of Failure, and the Myths of Management가 정확히 이 문제를 학술적으로 짚는다. Denrell의 주장은 이렇다. 우리는 다른 회사를 관찰해서 학습한다. 그런데 실패한 회사는 빠르게 사라진다. 사라지면 관찰 표본에서 빠진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관찰 가능한 사례는 살아남은 사례 쪽으로 체계적으로 기운다. Denrell은 이 failure undersampling만으로 공격적 전략이 우월하다는 통념이 생기는 메커니즘을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줬다. 공격적 전략의 분산이 큰데, 망한 회사는 안 보이고 잭팟 친 회사만 보이니, 공격적 = 우월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걸 인디 생태계에 옮기면 본인이 매일 보는 풍경이 된다. 공격적인 출시 전략, 과감한 가격 인상, 3개월 만의 풀타임 전환. 다 분산이 큰 결정들이다. 망한 사례는 안 보이고, 잭팟 친 사례가 본인 피드에 떠다닌다. 본인은 공격적 = 우월로 본다. 따라 한다. 본인은 잭팟이 아닌 쪽의 비행기다.

본인이 추적해 본 17명, 9명, 6명

작년 가을에 본인이 벤치마킹 폴더를 열고 한 명씩 눌러본 결과를 적는다.

트위터 인디 17명 중에서, 3년이 지난 지금도 그 제품을 운영 중인 사람은 6명이었다. 6명 중 2명은 제품은 같은데 본업을 다시 시작했다. 1명은 제품을 인수받은 다른 회사에 합류해 있었다. 진짜 풀타임 인디로 같은 제품을 같은 자리에서 운영하는 사람은 3명이었다. 17명 중 3명. 17.6%다.

뉴스레터 9개 중에서, 발행 주기가 끊기지 않은 건 4개였다. 4개 중 2개는 작년 한 해 발행 횟수가 4회 이하로 줄어 있었다. 활발히 운영 중인 건 2개. 9개 중 2개. 22.2%다.

유튜브 채널 6개 중에서, 최근 6개월 내에 영상을 올린 건 2개였다. 6개 중 2개. 33.3%다.

이 숫자들을 생존율이라고 부르면 좀 거창하다. 모집단 정의가 엉성하고, 표본도 32명에 불과하다. 본인은 학자가 아니다. 다만 본인 손으로 직접 추적한 32명의 결과는 본인 머릿속에 박혀 있던 모두가 살아남은 것 같던 풍경과 분명히 달랐다. 본인이 지금도 운영 중인 그 6 + 2 + 2 = 10명만 봐도, 그중 본인 피드에 여전히 자주 보이는 사람은 4명이다. 본인이 벤치마킹했다고 적은 그 17명 중 13명은, 어떤 형태로든 본인의 피드에서 사라졌다. 사라진 사람은 사라진 사실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게 핵심이다.

본인이 따라 했던 그 시점의 본인은, 살아남아서 글을 쓰는 사람들의 어제 글만 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그 글을 쓰던 시점에 옆에서 같이 출발했다가 망한 사람들은 본인 시야에 없었다. 본인은 살아남은 비행기 17대를 보고 이 자세로 날면 된다고 정리했다. 옆에서 같은 자세로 날다가 격추된 비행기들은 회의실에 없었다.

따라 하기가 나쁜 게 아니라 표본 인식이 문제다

여기서 자주 빠지는 함정이 하나 있다. 그러니까 따라 하지 말자로 끝내는 거다. 본인은 그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따라 하기는 인간이 학습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다. Denrell도 vicarious learning을 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니다. vicarious learning이 underestimated failure 위에서 작동한다는 걸 알고 하라는 얘기다. 본인이 벤치마킹 폴더를 만든 행동 자체는 멀쩡하다. 망한 건 본인이 그 폴더를 전수라고 착각한 부분이다. 그건 생존자 표본이었다. 본인이 따라 해야 할 건 그 사람들이 한 행동이 아니라, 그 사람들과 같은 위치에서 출발한 모집단의 행동 분포다. 그 분포에는 망한 사람들의 행동이 같이 들어 있다.

이걸 실용적으로 옮기면 두 가지가 된다.

첫째, 벤치마킹 대상에 망한 사람을 의식적으로 끼워 넣는다. r/SaaSshut down 태그, Indie HackersI'm closing my product 글, 트위터에서 post-mortem, failed startup 검색. 알고리즘은 안 보여준다. 본인이 키워드를 쳐야 한다. 살아남은 비행기 한 대마다 격추된 비행기 한 대씩 일부러 본다. 본인 폴더에 벤치마킹 옆에 post-mortem이라는 폴더를 같이 만든다. 양쪽이 같이 보여야 회의실이 회의실로 작동한다.

둘째, 벤치마킹 대상을 시점 고정으로 본다. 지금 월 $10k 인디의 어제 글이 아니라, 그 사람의 3년 전 트윗을 본다. 그 사람의 3년 전 옆에 누가 있었는지 본다. 그중 지금 사라진 사람을 센다. 본인이 작년에 17명에 대해 한 작업이 그거다. 시간 축을 한 번만 끼워 넣어도 풍경이 다르게 보인다.

죽은 자의 침묵을 듣는 일

본인은 여전히 본인의 벤치마킹 폴더를 켜둔다. 새 인디도 종종 추가한다. 따라 하기를 멈추진 않는다. 다만 요즘은 그 폴더를 열 때마다 본인이 한 가지 질문을 같이 던진다. 이 사람과 같은 시점에 같은 자리에서 출발한 100명 중 99명은 어디 있을까.

대답은 거의 항상 모른다이다. 그게 정직한 대답이다. 모른다가 본인을 더 신중하게 만든다. 모른다가 본인이 그 사람의 행동을 전수가 아니라 한 표본으로 보게 한다. 본인이 따라 하더라도 이게 작동할 확률에 대한 본인의 추정치를 90%에서 10% 근처로 내린다. 그 차이가 본인 일정과 본인 멘탈을 구한다.

월 $10k 인디는 진짜로 존재한다. 본인이 작년에 추적한 17명 중에서도 분명히 살아 있다. 다만 그 옆에는 같은 시점에 같은 자세로 날다가 회의실에 못 돌아온 비행기들이 있다. 본인이 그 비행기들의 침묵을 들을 수 있을 때, 본인은 비로소 17명을 따라 할 자격이 생긴다. 그 전까지 따라 하는 건 본인을 그 회의실에 못 돌아오게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이다.

본인도 그랬다. 그래서 이 글을 적는다.

참고 문헌
  • Wald, A. (1943). A Method of Estimating Plane Vulnerability Based on Damage of Survivors. Statistical Research Group, Columbia University.
  • Denrell, J. (2003). Vicarious learning, undersampling of failure, and the myths of management. Organization Science, 14(3), 227–243.

이 글은 2026년 4월 기준이다. 인용한 연구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지만, 본인의 해석은 더 나은 데이터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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